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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다. 그리고 유재석이 '먹방상'을 수상했을 때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연말 시상식에서 중복 수상을 하지 않은 관행으로 비춰봤을 때 올해 연예대상은 유재석과 양강구도를 구축한 김준호가 수상할 것이라는 생각이 확실시 되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올해 연예대상에서 대상은 김준호의 몫이었다. 그가 올해 보여준 활약상, 그리고 KBS에 대한 애정 등에 비춰봤을 때 김준호의 대상 수상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였다. 개그콘서트, 1박 2일, 인간의 조건에 이르기까지 올해 김준호는 KBS 예능의 부흥을 위해 몸을 바쳤다.



유재석이 KBS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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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아쉬웠다. 정확히 말하면 화가났다. 대상 수상 여부를 떠나 이건 해도 너무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재석에게 먹방상이라니 차라리 안 주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건 그를 희롱한 것이고 유재석 팬들을 무시한 것이다. 대상을 주지 않을 것이었다면 차라리 아무 상도 주지 말던지 아니면 인터뷰 자체를 하지 말던지 8년만에 상을 받겠다고 말한 유재석이 뭐가 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유재석은 그동안 KBS에게 홀대 받아왔다. MBC와 SBS에서는 해를 바꿔가며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그 공로를 인정받았지만 유독 KBS는 유재석의 공로를 철저히 무시했다. 솔직히 까놓고 보면 KBS는 유재석에게 줘도 몇 번은 대상을 줬어야만 했다. MBC에서는 무한도전, SBS에서는 런닝맨과 패밀리가 떴다 등으로 상을 수상했는데 이는 순전히 유재석의 진행 능력이 뛰어나고 유재석이 진행한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과 많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는 다르다. 해피투게더가 꾸준히 시청률을 유지해오고 있는 목요일 예능의 절대강자임을 떠나서 그 이면을 들어다보면 필자가 이토록 분노하는 것에 동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재석이 KBS에서 진행하고 있는 해피투게더 시즌 3. 이 프로그램은 솔직히 말해서 예능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KBS 홍보프로그램에 가깝다. 그나마 유재석과 박명수, 박미선, 신봉선 등 진행 MC들의 화려한 입담과 재치 덕분에 예능프로그램으로 불리는 것이다.


지난 1년간의 방송을 돌아보면 많은 회차가 KBS 신규 프로그램 홍보용으로 쓰였음을 잘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윤아를 비롯하여 이범수, 류진, 윤시윤 등이 출연한 회차의 부제는 '드라마 총리와 나 팀'이었다. 그동안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자사 신규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은 많이 있었던 일이지만 유독 지난 몇 년간 해피투게더는 아예 대놓고 KBS 홍보를 맡아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KBS 신규프로그램 홍보프로그램 정도의 취급밖에 받지 못했다.



김준호의 대상 수상에 이견이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이건 유재석이 좀 억울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재석에게 '먹방상'을 주는 것에서 유재석을 향하는 KBS의 시선이 어느 것임을 확신 할 수 있었다. 평일 저녁에서 이렇게 꾸준히 시청률을 유지해오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은 단 한 프로그램도 없었으며 이렇게 많이 자사 프로그램 홍보를 맡아온 이도 없었다. 그런데 KBS는 유재석을 홀대해도 너무 홀대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시상식은 즐거워야 한다. 그러기에 유재석도 김준호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줬다. 하지만 분명한 건 즐거워야 한다것과 함께 시상식이 누군가에게 굴욕감을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것은 수상 인원 제한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유재석을 희롱하는 옳지 못하다. KBS는 유재석이 해피투게더를 떠나야 정신차릴 것이라는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피하지 말길 바란다. 올해도 어김없이 유재석은 KBS에게 버림 받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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