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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7.8% → 7.4%... 이 시청률 추이가 자타공인 국민 MC가 진행하는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 추이라고 하면 이 시청률 조사 결과를 믿는 사람은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대다수는 시청률 조사 결과가 잘못 되었다고 하겠지만, 이는 다름 아닌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으로 30%의 시청률을 집 다니듯이 넘나들던 국민 MC 유재석이 진행하는 SBS 신규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시청률 추이이다. 국민 MC가 진행하는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보통 시청률이 최소 10% 대 후반, 많게는 40%에 육박 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대다수이지만, 런닝맨만은 사정이 국민 MC 유재석이 진행하는 타 예능프로그램과 분명히 다르다.

그렇다면, 기존 유재석이 진행하는 대표적인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 놀러와, 해피투게더 등과 SBS 런닝맨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현재 많은 언론들과 네티즌들은, 기존에 유재석이 진행하는 예능프로그램과 런닝맨의 결정적인 차이로서 유재석과 쌍방향 경쟁을 이룰 경쟁 상대가 부재하다라는 것을 유재석의 런닝맨의 부진의 원인으로 뽑고 있다. 이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경쟁 상대가 없다라기 보다는, 너무나도 런닝맨이 유재석에만 집착하는 게 지금의 사태를 낳은 듯하다.


일례로, 현재 유재석이 진행하는 예능프로그램에는 유재석을 제외 하고도 충분히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어 나갈 타 MC가 존재한다. 무한도전에는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예능인들이 포진해 있으며, 놀러와에는 김원희, 해피투게더에는 박명수,박미선 등 현재 유재석이 출연하여 그를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프로그램에는 저마다 유재석이 없어도 프로그램 전체 틀을 이끌어 나갈 MC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런닝맨은 다르다. 유명 MC로 지석진이 있기는 하지만, 지석진의 진행 능력의 세트 촬영과 버라이어티 촬영의 수준이 현저히 차이 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지석진도 유재석의 공백을 매꾸지 못한다.

사실상 유재석이 없다면,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갈 사람이 없다는 소리다. 런닝맨의 방송분 중 대다수 방송 분량이 팀을 나눠서 진행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유재석이 속해 있는 팀만 어느 정도 예능프로그램에게는 황금 시간대에 방송되는 지상파 3사 중 한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이라고 불릴 수 있는 편이다. 유재석이 없는 팀은 산만 그 자체로, 케이블 방송국의 예능프로그램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다른 방송사에서는 또 다른 경쟁 상대인 이경규와 강호동이, 또 다른 방송사에서는 박명수, 김구라, 탁재훈 등이 멤버들과 세력 균형을 통해 큰 웃음을 선사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런닝맨은 유재석에게만 모든 웃음을 의지한 채 사실상 다른 멤버들이나 게스트들은 예능프로그램 출연진의 본분을 잊었다는 소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능인들이 타 방송사에서 실력을 갈고 닦으며, 호시탐탐 일요일 예능계 왕좌를 차지하려고 노력하고, 왕좌의 타이틀을 방어 해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런닝맨은 오직 유재석에게 모든 진행과 웃음을 맡겨 놓은 채, 시청률이 안 나오는 이유로서 "유재석의 힘이 여기까지인가?"라는 등의 이유만을 내놓으며, 속 편한 소리만 해대고 있으니 참으로 깝깝할 뿐이다. 유재석에 대한 런닝맨 제작진과 멤버들의 지나친 집착이 낳는 폐해는 이 뿐만 아니다. 프로그램 제작진들마저 대부분의 방송 분량은 유재석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해서 방송분을 통해 노출 되는데, 이는 심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무한도전에는 김태호 PD를 중심으로 한, 유재석의 독주를 견제 할 제작진만의 세력이 존재하며, 해피투게더 또한 광수 PD를 중심으로 유재석의 독주를 견제 할 세력이 존재하지만, 런닝맨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존재였던 제작진들마저 모든 방송 제작을 유재석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유재석을 견제 할 세력이 부재한 상태이다. 유재석의 독주가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다. 다만, 이를 조정해 줄 사람이나 단체가 없는 상황에서 점점 런닝맨은 "유재석의 부재 = 재미 없는 장면"의 공식이 성립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점점 런닝맨을 가정에 비유 한다면, 집의 균형을 조정 할 수 있는 주부(제작진)가 사라지고, 주부(제작진)이 해내야 할 임무마저, 집안의 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아빠(유재석)이 모두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 할 주부가 없으니, 가정이 잘 돌아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현실 불가능 한 한 낱 허망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런닝맨의 심정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런닝맨의 태도는 제 아무리 가장 잘 나가는 국민MC 유재석이라고 절대 런닝맨을 살릴 수 없다. SBS에게는 유재석의 신드롬이 다시 한 번 통해 패밀리가 떴다 시즌 1과 같은 강호동의 1박 2일을 견제할 수 있는 초대박 예능프로그램이 탄생하기를 바라겠지만, 지금과 같은 지나친 유재석에 대한 집착은 그 가능성을 더욱 더 깍아 내리지, 절대 그 가능성을 더 높혀주지는 못한다. 부디 지금이라도, 제작진으로서 본분을 찾고, 유재석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버려야 만 런닝맨이 유재석이 없는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런닝맨은 현재 아주 좋은 상황에 와 있다. 곳곳에서 뜨거운 형제들의 무서운 상승세와 1박 2일의 견제함이라고 떠들어대고, 충분히 그 예능프로그램들이 웃기긴 하지만 시청률 면에서 보면 뜨거운 형제들과 차이는 얼마 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유재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웃음 코드를 조금 더 넓은 세상에서 찾아보면 어떠할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유재석에게 모든 웃음을 요구하고, 완벽한 진행을 요구 하다가는 유재석이나 런닝맨이나 결국 두 측 모두 얻는 것은 단 하나도 없는 상황까지 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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