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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 84에 대한 하차 요구를 보고 있으면 올해 들어 가장 어이없는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고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하는 게 옳지만 기안 84에게 어떤 잘못이 있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는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사실을 말했다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라고 말한다면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 싶다. 이리 저리 봐도 지금 기안 84를 향하고 있는 비난은 마녀사냥이란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질 않는다.




나혼자산다 게시판이 뜨겁다. 현재 나혼자산다에 무지개 모임의 일원으로 출연 중인 웹툰 작가 기안 84가 오래 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소개글 캡처본이 떠돌면서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안 84의 나혼자산다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하차를 요구하는 이들은 기안 84가 여성 혐오자라며 해당 소개 글을 읽고 여성으로서 수치를 느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나는 일부 여성들이 개진하고 있는 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안 84의 저 표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납득 할 수가 없다. 만약 기안 84가 더 자극적인 표현을 썼거나 실제 누가 보더라도 여성을 혐오하는 표현을 썼다면 내가 먼저 나서 기안 84의 나혼자산다 하차를 요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 표현에는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 표현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기안 84가 나고 자란 화성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광활한 논이 많았던 도시다. 기안이 거주했던 기안동이 위치한 화성시(당시 화성군)에서는 1986년부터 1991년 사이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어떻게 보면 기안 역시 당시 사건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보고 자란 게 연쇄 살인 사건인데 자신의 경험을 자기를 소개하는데 사용한걸 뭐라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잘못은 기안 84가 아니라 당시의 사회에 있다. 어린 아이에게 평생 기억이 될 안 좋은 사건을 발생하게 하고 오랜 기간 동안 범인을 잡지 못한 당시의 사회를 탓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내용과 그 배경은 뒤로한 채 오로지 기안 84만을 타깃으로 한 지금의 비난은 백 번 양보해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다. 그저 화풀이 대상으로 그를 정한 듯한 기분이다.



여성 인권 좋다. 나 역시 여성 인권이 향상되고 말도 안 되는 사회 모순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 개선이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비난하고 한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야만 이뤄지는 것이라면 지지하지 않는다. 죄를 범한 사람에게 합당한 처벌과 비판이 뒷따라야 하지만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단순히 자기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마녀사냥하는 건 옳지 않다.




기안 84를 향한 지금의 비난은 분명 마녀사냥이다. 주장의 근거가 너무 약하고 많은 이들이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평범한 대다수가 동의하는 주장이야 말로 여성 인권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다. 직장 내 만연한 성범죄를 바로잡는다는 데에 어느 누가 이견을 제시하는가. 당신들의 기안 84를 향한 하차 요구 주장이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지금과 같은 반발 여론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기분이 곧 사회 정의라는 잘못된 사고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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