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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

희생양이 되질 않길


일반인들에게 있어 이번 조성진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은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힘든 작금의 상황에 예술을 우선 순위에서 제외하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조성진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성진이란 이름 역시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예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한다. 조성진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은 전무후무한 일이라는 게 그들의 주된 반응이다. 이번 조성진의 우승은 한국인 최초이며 94년생의 어린 나이로 그 우승을 이뤄냈다는 건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는 희귀 사례라고 그들은 덧붙인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성진의 전적을 살펴보면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2008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 3위까지 그는 완벽한 엘리크 코스를 밟아온 엘리트 중 엘리트다.



그런데 한편으로 난 이런 인재가 우리나라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 역시 든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엘리트 중 엘리트'라고 불러온 여러 엘리트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린 나이에 국제 대회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둬 대중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김연아도 박태환도 결국에는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왔던 게 현실이다.



한 번 이목이 집중된 어린 엘리트들을 상대로 언론은 그동안 무리한 취재를 진행해왔고 조금이라도 예의나 관행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언론들은 '논란'이란 제목하에 관련 기사를 도배하다 싶이 해왔다. 대중은 이런 언론의 무리한 보도 관행에 쓴소리를 하기는 커녕 언론에 휘둘려 어린 엘리트들을 비난하기에 바빴던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정치적 의도가 명백히 보이는 기사 등으로 어린 엘리트들이 상처를 받아왔다. 덧붙여 무엇보다 난 조성진이 피아니스트, 예술가라는 점이 더욱 더 마음에 걸린다. 정치인들이 혹은 관료들이 축하 공연이라는 명목하에 조성진에게 쓸데없는 요구를 하는 건 아닌지 정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저들이 보여온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보면 이런 걱정이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무리한 걱정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조성진의 이번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은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며 같은 국민으로서 매우 자랑스럽고 대견한 일이다. 하지만 왜 난 이런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드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린 엘리트들에게 해온 말도 안되는 요구와 비난을 보면서 당신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대중문화평론가 배철기(9cjfr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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