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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앞 뒤 안 가리고 욕을 먹는 광희가 불쌍했다. 무엇보다 기회 한 번 주지 않고 욕부터 하는 잘못된 행태에 실증이 났고 광희가 무한도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기에 처음에는 일단 기회를 주고 지켜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한 달 정도는 시간을 주고 무엇보다 무한도전 가요제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아이돌 출신인 광희가 가요제를 통해 어느 정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내놓은 바 있다.



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가요제를 통해 본 광희는 잠깐 얼굴을 비춘 박명수 스튜디오 스태프만큼의 존재감도 보여주지 못하는 병풍과도 다름 없는 존재였다. 정형돈은 가요제의 대왕다운 면모를, 박명수는 웃음 사냥꾼이라는 캐릭터를 요소마다의 재미를 캐치해냈지만 광희는 인상에 남을 만한 멘트를 날리지 못했고 그렇다고 캐릭터를 잘 잡은 것도 아니며 가수인게 맞나는 의문을 들 정도로 복면 속 출연진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희의 멘트는 줄줄이 편집됐고 광희가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하면 무한도전 제작진은 과감하게 화면을 돌려버렸다. 오죽 답답했으면 광희의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처럼 하던 무한도전 제작진마저 광희 부분을 과감히 날려 버렸는지 참 딱하다. 물론 1부까지는 광희에게 대놓고 '병풍'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감이 없지 않다. 경쟁하는 이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인이고 가수라고 해서 무조건 잘 맞추라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부에서 광희가 보여준 모습은 병풍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나는 의문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최악이었다. 11일 방송된 가면무도회 두 번째 편에서 광희가 보여준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딱 두 번 뿐인데 두 번 모두 한때나마 광희를 옹호했던 내 과거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가수라는 사람이 보여준 가창력은 바닥을 KTX 급으로 뚫고 들어갈 정도로 최악이었고 댄스라고 보여준 댄스는 초등학생보다 못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광신도처럼 GD 태양만을 바라보는 광희의 모습은 과연 그가 예능에 임하는 사람이 맞나라는 기본적인 회의감이 들게 했다. 재미를 위해서라면 다른 가수에게도 대쉬를 하고 이의 제기를 받는 등의 형식을 취하는 게 맞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인데 2부에서 광희는 다른 가수에게는 단 한 번도 대쉬하지 않더니 GD 태양의 차례가 오니 무슨 첫 사랑을 만나는 사람인 마냥 웃는 얼굴로 GD 태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움직였다.



지금껏 이만한 병풍도 없었다. 엄청난 합류 반대 여론에 직면했던 길도 가요제를 통해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광희는 마지막 남은 반전의 기회를 이대로 그냥 날려버릴 것만 같다. GD와 태양에 휘둘린 채 주객이 전도된 웃음을 보여주고 광희는 병풍이란 단어도 아까울 정도의 움직임을 보여줄 게 안 봐도 뻔하다. 오죽했으면 다른 가수들에게 이의 제기 한 번 받지 못하고 파트너 선정 과정도 의식될 정도로 짧게 처리됐을까. 


대중문화평론가 배철기(9cjfr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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