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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의혹

명성에 맞는 해명을 해라


신경숙 표절 의혹에 대해 신경숙 작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궁금했다. 표절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신경숙 작가가 공식 사과를 할지 아니면 표절이 아니라며 정면 돌파를 선언할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7일 신경숙 작가가 밝힌 공식 입장은 이런 내 기대치를 철저히 뭉개버렸다. 다음은 신경숙 작가의 입장이다.



"오래 전 '금각사' 외엔 읽어 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길 바랄 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 여기까지가 신경숙 작가가 밝힌 공식 입장이다.




이런 수준 이하의 입장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못했다. 뭐 하나 명백한 게 없는 입장 발표이자 결국에는 마이 웨이를 가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표절에 대해 자신은 표절을 하지 않았으니 자신의 독자들은 그냥 아무것도 듣지도, 생각하지도 말고 그냥 따라오라는 소리와 뭐가 다른가.



신경숙 작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다.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이며 그녀의 작품은 교과서에까지 올라와 있다. 그런 작가가 자신의 명성에 맞지 않는 해명을 내놓았다는 거 자체가 정말 한심하고 화가 난다. 더군다나 이번 논란의 그 파장이 큰 만큼 독자로 한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사과문을 발표하는 게 맞다고 본다.




만약 당신이 수사관이라면 기밀 문서를 유출한 사람이 앞 부분만 읽고 뒷 부분은 읽지 않았다고 하면 믿겠는가. 신경숙 작가의 해명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문학전집 '금각사, 우국, 연희는 끝나고'에서 앞 부분인 '금각사'만 읽고 뒷 부분인 '우국'은 읽지 않았다는 해명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해명이라고 생각하는가.



신경숙 작가의 작품을 즐겨 읽었고 신경숙 작가가 힐링캠프에 나와 고백했던 여러 사연을 들으며 슬픔을 공유했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신경숙 작가에게 부탁한다. 명성에 맞는 해명을 해라. 표절이 맞다면 깔끔하게 사과하고 표절이 아니라면 표절 의혹을 제기한 소설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든 둘 중 하나를 보여주길 바란다.


대중문화평론가 배철기(9cjfr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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