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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틴 첫 방송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최악의 방송


시장은 포화 상태고 아이돌을 꿈꾸는 사람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보니 제 아무리 대형 기획사란 든든한 뒷배를 타고 등장한 아이돌이라 할지라도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제로엔 가까운, 말 그대로 '무한 경쟁시대'가 아이돌 시장에을 지배하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어른들의 욕심과 잘못된 사회 정책 때문에 생긴 이 무한 경쟁 시대에도 많은 어린 학생들이 불평불만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아이돌 시장에서 만큼은 공정한 경쟁이 적용되길 간절히 원했다. 부모가 부자든, 부모가 심지어 노숙자든 부모보다는 개인 노력의 여하에 따라 인생이 크게 뒤바뀔 수 있는, 몇 남지 않은 분야가 아이돌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5일 첫 방송된 식스틴은 이런 내 바람을 철저히 짓밟았다. 대놓고 메이저, 마이너 그룹으로 나누는 건 백 번 이해한다쳐도 두 그룹에 차등적으로 적용되는 연습 환경은 혀를 차게 만들었다.



난 경쟁을 '동등한 환경에서 능력을 다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최소한 경쟁을 하기 위해 똑같은 환경, 아니 최소한 비슷한 환경이라도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식스틴은 이런 내 상식을 벗어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실행했다. 연습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메이저 그룹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마이너 그룹에게는 오후 9시부터 오전 9시까지 연습 할 것을 사전 협의도 없이 출연 멤버들에게 통보한 것이다.



식스틴이 매주 경쟁을 통해 마이너 그룹에 속한 멤버 한 명이 탈락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란 것을 감안해보면 제작진과 JYP의 저런 대우는 사실상 데뷔 전부터 길들이기 하고 있다고 밖에 해석할 여지가 없다. 아니 인간적으로 오후 9시부터 오전 9시까지만 연습실을 사용할 것을 통보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평가는 자기들 근무 시간대인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할 게 불보듯 뻔한데, 이건 상식 밖의 대우다.



식스틴은 아이돌 지망생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방송이라 생각한다. 방송 전 후에 붙는 여러 광고와 협찬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금액을 알 수는 없지만 식스틴 방송으로 방송국인 엠넷과 JYP는 엄청난 수익을 거둘게 뻔하다. 그러나 과연 방송에 출연하는 저 10대 학생들은 제대로 된 출연료나 받을까. 출연료를 제대로 주지 못할거면 최소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펼칠 수 있도록 최소한, 아니 비슷한 환경이라도 제공하는 게 상식 아닌가.



앞으로 식스틴은 분명 억지 감동을 만들기 위해 마이너 그룹에 속한 멤버들을 들들 볶을 것이다. '함께 가자'는 사회적 흐름과는 반대로 그들은 "남들을 짓밟고 일어나야 너희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출연진들에게 인식시킬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편집, 방송할 것이다. 아이돌이 되고자 하는 10대 소녀들의 열정,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방송이란 명목하에 자기들 입맛대로 이용할 게 뻔하다.



혹자는 JYP가 그동안 출연 멤버들에게 해준 게 있는데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반론한다. 그러나 JYP가 그들에게 연습생이란 지위를 주고 여러 교육을 시킨 것은 자신들의 미래 수익을 위한 투자이지 멤버들 개인을 생각해서 한 것이 아니다. 아이돌이 되고자 하는 아이들의 꿈을 이용하여 방송을 하는 방송국이나 다른 기획사에서 이런 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재미를 봤다고 하여 따라하는 기획사나 둘 다 한심하다.


대중문화평론가 배철기(9cjfr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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