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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감춘 '썰전' 속 김구라
누군가에게 "유재석 없는 '무한도전' 어떨 거 같아?"라고 물으면 "그게 무한도전이냐?"고 반문 할 것이다. 그만큼 '무한도전'에 있어 유재석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한 명에게 의존하는 게 과연 옳은가라는 반론이 있을수도 있지만 유재석이 보여주는 프로그램 속 리더십을 생각해보면 유재석 존재의 중요성을 부정 할 수 없다.
그리고 25일 방송된 '썰전'. '썰전' 애청자다보니 주로 본 방송을 시청할 때가 많았고 여기에 김구라가 '공황장애'를 이유로 방송 제작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한 상황에서 과연 김구라 없는 '썰전'이 어떻게 돌아갈지 매우 궁금했었다. '썰전' 제작진은 김구라의 빈자리를 김장훈이 대신하고 시작 멘트를 강용석과 이철희가 대신하게 하는 변화를 줬다.
'썰전'의 이러한 변화가 나쁘지는 않았다. 스스로 '중도'를 표방하며 '진보' 성향이 강한 이철희 소장과 '보수' 성향이 강한 강용석 변호사 사이에서 중재를 하겠다고 나선 김장훈이나 최대한 의견 갈등을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이철희와 강용석의 모습 또한 매우 보기 좋았다. '헌재의 결정','교육자 자질 문제' 등에서 일치하는 의견을 보여준 한 회였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김구라가 없는 '썰전'이 나빴다는 소리가 아니다. 지난 1년간 김구라와 함께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 변호사가 내뱉은 말들에 익숙해진 한 사람으로서 김구라와는 목소리 톤이 아예 다른 김장훈의 진행은 그냥 좀 그랬다. 김장훈의 진행이 안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김구라의 진행에 너무 익숙해버렸기 때문이다.
또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썰전'에 김구라만큼 어울리는 인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김장훈의 진행이 더더욱 좀 그랬다. 지난 1년 여간 김구라가 보여준 '중도' 성향에 마음을 빼앗긴 1인으로서 김구라의 진행이 그리웠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강용석 변호사에 휘말리지도, 이철희 소장에게도 휘말리지 않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김구라가 언제 복귀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기에 '썰전'이 언제 예전 모습처럼 돌아올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썰전'에만 국한해, 김구라가 보여주는 모습을 좋아했던 1인으로서 25일 방송된 '썰전'은 누차 말하지만 그냥 좀 그랬다. 김구라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평소 보기 좋아했던 '의견 갈등'도 없었고 예능감도 전혀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스스로 MC를 자청한 김장훈을 욕하자고 쓴 글이 아니다. '썰전' 애청자로서 그리고 지난 1년 여간 굳어진 김구라, 이철희, 강용석 체제에 익수한 한 사람으로서 그저 하루 빠른 방송 원상 복귀를 소망할 뿐이다. 언제쯤 첨예하게 한 사안을 두고 충돌하는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 변호사, 그리고 이를 가만히 듣다가 중재하는 김구라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