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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시장은 겉으로는 잘나가는 기업과도 같았지만, 그 속은 썩을대로 썩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온다는 제작 취지는 좋았지만, 프로그램 이름만 다를 뿐 별반 다를 바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의 식상한 코드는 시청자들의 짜증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한국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의 시초라고 불리는 무한도전이 시도한 도전이 얼마 후면 다른 프로그램에서 자신들만의 색깔이라고 앞세우며 재현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었던 광경이였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새로운 코드를 필요로 했고,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 제작진들도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코드가 필요했다. 1분 1초만 방심해도 밥 그릇을 빼았기는 무한 경쟁의 축소판인 예능프로그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프로그램보다 독특하고, 시청자들에게 관심과 사랑 받을 만한 코드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러나 이 코드를 얻는 과정은 후에 받을 이익이 큰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식상 하다면서 제작진에 변화를 주문하던 대중들이였지만 막상 프로그램에 약간의 포맷 변화를 가하고 다시 시작하면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제작진들을 곤경에 빠트리기 십상이였다.

하지만 ‘노력하면 무엇이든 얻어 낼 수 있다’라는 말이 있지 않았던가? 결국 예능프로그램 제작진들은 그 코드를 찾아내었다. 바로 무한도전 제작진이 말이다. 어찌 보면 예능과는 다소 격차가 있는 코드였지만, 그들이 찾아낸 ‘감동’이라는 코드는 무한도전을 국내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예능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무한도전이 감동적인 과제를 도전하면 늘 호평이 쏟아졌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시도하면 비난의 여론이 쏟아졌지만 무한도전만은 달랐다. 이 결과 ‘감동’이라는 코드를 찾아낸 무한도전은 시청률 1위는 아니지만 그 어떤 평론가든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이라는 호평을 받았고 그 호평 릴레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동이라는 코드에도 씻을 수 없는 큰 오점이 존재했다. 감동이라는 코드가 지닌 큰 오점은 바로 ‘Only 무한도전’이라는 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과 같이 무한도전이 감동이라는 코드로 방송을 제작하면 호평을 받았지만, 다른 예능프로그램이 시도하면 ‘이게 무슨 예능프로그램이냐?’라며 비난을 받기 십상이였다. 즉 무한도전은 되고 다른 예능프로그램은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다. 언젠가는 무한도전이 감동 코드를 찾아낸 것처럼 이 비난을 무너트릴 예능프로그램이 등장할 것이라고 믿었고, 지금 이 시점에 감동 코드의 오점을 씼을 예능프로그램이 등장 한 듯하다. 

주인공은 바로 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을 부정적으로 보면 1박 2일이라는 대어 예능프로그램을 잘 만나 시청률 좀 잘나오는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경규와 이윤석, 김국진을 제외하고 다른 출연진들은 예능프로그램에서 거의 볼 수 없었고 지금까지도 그들의 활약상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남자의 자격에 대해 비난 여론을 형성하는 네티즌들의 주장을 뒷받침 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은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기에 충분했다. 이들이 ‘청춘에게 고함’이라는 도전 과제에서 보여준 감동 말이다.

2일 방송분과 9일 방송분에서 보여준 그들의 강연은 최고였다. 지금 이 시점까지 올라오기 위해 자신이 했던 노력을 강연으로 풀어내는 것이 하도 많이 들어 식상할 수 있었지만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 김성민, 이정진, 윤형빈이 풀어내는 자신들의 경험과 충고는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2일 방송분에서 김국진이 선보인 ‘롤러코스터 론’은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으로 다가갔고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김국진의 강연에 눈물을 흘렸다는 식의 호평을 쏟아냈다. 호평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지만 그 종착점은 ‘감동’이였다. 한 사람을 자기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감동시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김국진이 만들어낸 감동은 그의 말 하나하나에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만들었다.

김국진처럼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 없어 나에게 새롭게 다가 왔을지도 모르겠지만 김국진의 말 하나하나는 왠지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길인 것 같았고, 또 다르게 보면 나보다 인생의 선배로써 ‘너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라는 충고로 다가왔다. 남자의 자격을 시청하는 내내 나에게 감동이 되게 만들었던 멤버는 김국진만이 아니다. 다른 멤버들도 수 없이 많은 감동과 충고를 나에게 선사했지만, 김국진보다 더 나에게 감동적으로 다가온 것은 이경규의 강연이였다. 이경규라는 사람이 좋다기 보다는 그의 진행 능력에 찬사를 보냈지만, 방송분을 보고 난 후 다시 한 번 이경규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경규의 강연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참자’이다. 내가 아무리 잘났어도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있기에 마련이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 윗사람의 존재는 당연하다. 어린 나이의 학생이나 사람에게 윗사람은 무서운 존재이다. 아니 무서운 존재라기 보다는 소통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이렇다보니 윗사람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잔소리로 들리고, 대화가 없이 계속 지속 되어오다 보니 윗사람의 말은 충고가 아닌 짜증을 유발하는 말로 들리기 충분하다. 그러나 이경규의 강연에서 들은 ‘참자’라는 단어는 수없이 많은 생각을 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게 했다.

“내가 어느 시점에서 조금만 더 참았으면 나보다 더 인생을 살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본 선배의 도움을 받아 더 좋은 자리에 올라가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고, “만약에 어느 시점에서 욕구를 참았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위치에서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갔다. 이경규가 내뱉은 말의 요점은 단 한부분이였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인생 전반을 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찌 보면 내가 호들갑 떠는 것일 수도 있다. 남자의 자격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들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좋게 평을 할 수 있나며 나를 의심하는 네티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봐라. 처음에는 대중에게 관심조차 받지 못했던 예능프로그램이 온갖 노력을 다해가며 다른 예능프로그램과 차별화를 위핸 노력하다가 결국에는 아저씨 층을 자신들의 광팬들로 만들고 더 나아가 대학교에 가서 자신들의 인생을 단 몇 분 안에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그들의 열정을 말이다. 그들의 열정은 보상 받기에 충분했고, 남자의 자격은 지금 이 시점에서 ‘감동의 해답’을 찾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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