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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없는 무한도전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무한도전과 유재석은 때놓을래야 때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굳게 믿었다. 이에 대해 반론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멤버들의 하차를 요구하는 여론은 있었지만 유재석 만큼은 그 대상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나온 무한도전 변화 요구 글들은 저마다 달랐지만 유재석을 중심으로 새 판을 짜야 한다는데 큰 이견을 제시하는 이는 없었다.




그런데 5일 전해진 뉴스 1의 단독 보도를 보면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유재석 하차설에 대해 MBC 측은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이란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지만 그의 하차설에 대해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은 만큼 실제 유재석 없는 무한도전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는 양상이다.




네티즌과 시청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일부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유재석 없는 무한도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김태호 PD가 하차한 상태에서 유재석 등의 원년 멤버 없는 무한도전은 그 가치가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관련 내용을 전하는 기사에 달린 많은 반응들을 살펴봤지만 앞과 같은 주장과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한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나 역시 유재석의 하차를 반대한다. 그를 하차시키는 건 마치 전 정부가 세월호 문제가 터지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해양경찰청을 해체한 것처럼 본말이 전도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요구했더니 덜컹 무한도전의 근간을 이루는 원년 멤버와 아무런 문제 없는 유재석을 하차시킨다니, 아무리 백 번 양보해 MBC 측에서 생각해 보려 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유재석 등 멤버들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다. 멤버들이 잘하고 있는데 제작진이 얼토당토 않는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재석 등을 하차시키는 건 옳은 방안이 아니라는 것 하나 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프로그램 정체성 면에서 볼 때도, 그의 하차가 현실화 된 이후 무한도전과 MBC 측이 떠안게 될 리스크 측면에서도 유재석 하차는 옳지 않다.



무한도전이 사랑 받았던 이유에 대해 MBC측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무한도전은 절대 프로그램 자체가 뛰어나서 사랑 받았던 게 아니다. 멤버들 간의 케미와 열정, 그리고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멤버와 제작진 간의 신경전이 있었기에 무한도전은 사랑 받을 수 있었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최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건 무한도전 멤버들의 도전기다. 제작진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무모한 도전을 하는 건 지양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출연진을 교체하는 건 전적으로 제작진의 권한이지만 대중의 의견과 정반대되는 길을 선택하는 건 무모하다. 제작진이 만드는 프로그램을 소비할 주체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지금 유재석의 하차를 강력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당신들의 프로그램을 시청할 시청자임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상기 이미지의 저작권은 MBC에게 있습니다

글 = 시본연, 출처를 밝힌 일부 스크랩만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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