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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윤기원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


추적 60분에서 고발한 윤기원 선수의 타살 의혹은 충격 그 자체였다. 자살 장소로 휴게소를 선택하는 경우는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과 "자살할리 없다"는 주변인들의 증언, 그리고 아들이 사체로 돌아온지 5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망 신고를 하지 않은 그의 부모를 보며, 현실 속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정말로 부끄러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추적 60분의 윤기원 선수 타살 의혹 관련 보도를 보며 든 생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방송이 경찰이 되어가는 것 같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경찰보다는 방송에 제보하는 게 더 영향력이 있다는, 경찰보다는 방송이 더 내편이 되어준다는 그런 생각이 잠재 의식 속에 각인된 건 아닌가란 생각에 잠기는 대목이다.




그렇다. 우리는 더 이상 경찰을 신뢰하지 않는다. 단순히 이번 윤기원 선수 사망 의혹과 관련한 것만 봐도 그렇다. 사건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안을 아무렇지 않게 덮었고 그 결과 당시 불었던 스포츠계 승부 조작 의혹은 윤기원 선수의 자살 소식으로 모두 아무것도 아닌 것 마냥 끝나게 됐다.



분명 당시 여론은 "우리가 모르는 일이 있을 것이다"라며 경찰에게 강력하게 재수사를 요구했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런 여론에 응답하지 않았다.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으나 당시 수사는 비상한 여론의 관심에 비해 너무 초라하게 끝났다. 그리고 단 몇 일 만에 대중의 기억 속에서 '윤기원'이란 이름 석 자는 희미해져갔다.



그렇게 5년이 흐른 지금, 추적 60분은 윤기원 선수를 둘러싼 사망 의혹에 대해 고발했다. 그리고 이 고발은 제대로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 여론은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에 성이 났고 당시와 달라진 인터넷 매체는 연일 경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5년과 국민도, 환경도 바뀌었지만 경찰만 그 자리, 그대로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제 곧 경찰은 재수사 방침을 발표할 것이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항상 뒷북을 치며 방송에서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하나하나 수사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공권력이란 거대 권력을 가진 이들이, 도대체 왜 제한된 환경에서 취재를 해야만 하는 언론인들보다 한 발짝 앞서 나가지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수사 방침 발표'가 아닌 '수사 결과 발표'로 지금의 여론에 응답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응답 속에는 방송에서 제기한 의혹들에 대한 한 점의 궁금증도 남지 않는 답변들이 들어있어야 할 것이다. '민중의 지팡이'가 경찰이 아니라 방송국이 되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철저한 수사와 합당한 처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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