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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송곳

당신도 똑같은 입장이 될 수 있다


통쾌하다는 느낌 밖에 들지 않았다. 드라마 송곳을 시청한 후 내가 든 생각은 "정말 통쾌하다"는 것 뿐이었다. 지상파에서는 하는 척만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애환과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몇몇 이들의 이야기를 극화해 들려주는 드라마 송곳은 통쾌함 그 자체였다. 미생 이후 이렇게 통쾌한 드라마도 정말 오랜만이다.



그런데 드라마 송곳을 두고 일각에서는 편향적인 방송이었다고 지적한다. 드라마 송곳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만 우호적이고 이를 둘러싼 기업의 입장이나 중간 관리자들의 입장은 대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민철 부장을 중심으로 한 중간 관리자들을 지나치게 악랄하고 인간답지 않게 묘사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어찌보면 저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드라마 송곳이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라는 줄거리를 가지고 제작되는 드라마라 해도 편향적인 방송이 전파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제 아무리 종편에서 방송되는 드라마라 해도 그 파급력은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송곳을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어느 한 측만 우호적으로 묘사하고 다른 한 측은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드라마로 볼 게 아니라, 지위고하를 떠나 누구나 될 수도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드라마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다. 더군다나 계속되는 경제난 속에 대형마트로 취직을 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수 만 명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또한 지금이야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도 많은 기업들의 오너들은 비정규직을 노동자가 아니라 쓰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갖다 버리는 소모품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드라마 송곳이 비추는, 최소 화면 속에 나오는 장면은 또 다른 입장에 있는 이들로 하여금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줄 가능성이 높다. 송곳이 비정규직 문제를 당장에 해결할 기폭제가 되기 어렵다 해도 최소한 사회적인 논의를 발생시키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은 있다는 소리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하여 드라마 송곳을 비난하고 정치적 성향의 드라마로 평가 절하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이야 당신이 소위 말하는 신의 직장에 다닐 수도 있고, 슈퍼 갑의 위치에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세상은 변하는 만큼 당신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가능성은 엄연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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