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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결방

원칙 없는 편성이 부른 참사


방송국의 편성 권한은 그 관계자에게 있다. 하지만 KBS가 그 당사자라면 말은 달라진다. KBS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 방송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원칙에 더욱 더 철저해야 하며 그게 세금을 내는 국민에 대한 예의다. 하지만 이번 1박 2일 결방 사례을 보면 KBS에 원칙이라는 게 있나라는 의문 부호가 떠나질 않는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 2일이 소속된 해피선데이를 방영하는 KBS 2 TV는 해피선데이 방송 전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두산과 넥센의 경기를 중계했다. 문제는 경기가 지연되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되면서 이후 방송이 줄이어 연기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바로 여기서 원칙 없는 KBS의 무지한 행동이 벌어졌다. 해피선데이 방송 연기로 가뜩이나 화가 난 1박 2일 팬들에게 1박 2일은 방송하지 않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만 주구장창 방송하는 무례한 일을 범한 것이다. 사전 예고도 없었던, 해피선데이 방송 역사상 유례가 없는 어이없는 행동이 바로 1박 2일 팬들 눈 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KBS의 이러한 결정은 몇 가지 원칙을 위배한 행동이다. 가장 먼저 KBS는 '균형의 원칙'을 철저히 위배했다. 공영방송인 KBS는 여러 계층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균형을 가장 중시해야 하지만 KBS측은 일방적으로 1박 2일 팬들은 배려하지 않은 채 슈퍼맨이 돌아왔다만 방영하는 우를 범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KBS가 이번 1박 2일 결방을 통해 범한 두 번째 위반 원칙은 '인기 비례 우선 원칙'이다. 단순히 시청률로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시청률면으로만 본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보다는 1박 2일을 방영하는 게 올바른 편성이었다. 실제 지난 주 기준 1박 2일의 시청률은 13.6%(TNMS 기준)고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시청률은 10.8%다.




세 번째는 '편성 확정 프로그램 우선 원칙'이다.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면 KBS는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을 중계하면서도 이미 편성된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위해 중계를 중단한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하물며 올림픽도 생중계를 중단하면서까지 원래 편성된 프로그램을 방영하는데 이번에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가 안 된다.



물론 내가 말한 원칙이 KBS 사규나 방송법에 규정된 원칙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 원칙은 누구나 알고 있으며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KBS는 이런 원칙을 지켰어야만 했다. KBS가 판단하기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더 우선이었지 몰라도 KBS는 이번 편성을 지시한 당신들만의 방송이 아님을 망각하지 말길 바란다.


대중문화평론가 배철기(9cjfr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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