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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멤버교체

토론은 버리자는 것인가


비정상회담 멤버교체를 놓고 말이 많다. 이번 개편을 통해 12명의 외국인 출연자 중 무려 6명(일리야, 줄리안, 블레어 등)이 한 꺼번에 교체되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네티즌들과 시청자들은 "찍어내기다", "하차하는 멤버들도 자신들이 왜 하차하는지 모를 것이다"며 이번 비정상회담의 멤버교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나 역시 이번 비정상회담 멤버교체를 그렇게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다. 여러 이유를 떠나 내가 이번 멤버 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개편을 통해 비정상회담이 사실상 토론을 버리려고 하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건 대놓고 토론의 기본 원리를 배제한 채 오로지 웃음만 추구하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게 러시아 대표 일리야를 하차시킨 것이다. 비정상회담은 세계 각국 출신의 한국 거주 외국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 프로그램 특성상 대중이 많이 아는 국가 출신의 외국인이 출연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1기 멤버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 누구나 알 법한 국가 출신들의 멤버가 출연했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대표의 하차는 토론 불균형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방송에서 중국과 미국에 반대되는 의견을 펼쳤던 멤버가 일리야 한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방송은 중국과 미국의 일방적인 독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남은 이탈리아, 가나, 캐나다, 독일은 지금까지 대놓고 중국 미국을 비판한 적이 없다.




또 내가 이번 멤버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비정상회담이 사실상 주류 국가들의 장이 될 가능성이 이번 개편으로 더 높아졌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에 살아남은 가나를 제외하고는 모든 나머지 국가는 세계를 주름잡는 주류 국가들이다. 여기에 벨기에, 네팔 등도 하차했기 때문에 앞으로 주류 국가 비율은 더 높아질 게 뻔하다.



토론의 기본은 상호간의 힘 겨루기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토론의 기본이 망가지게 됐다. 지금까지 중국과 미국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인물들이 갑자기 미국과 중국을 비판할리 만무하고 세계 주류 국가 출신들의 장이 되어버린 비정상회담은 애초 기획 의도를 잃어버릴게 뻔하다. 멤버교체가 제작진 고유의 권한인 만큼 그들의 결정을 믿고 존중해줘야겠지만 비정상회담 애청자 한 명으로서 이번 교체는 매우 아쉬움이 남는다.


대중문화평론가 배철기(9cjfr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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