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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수지모자

패소가 걱정되는 이유


가수 수지가 한 인터넷 쇼핑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지난 15일 서울 중앙지법 이민수 판사는 수지가 "허락없이 이름과 사진을 써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민수 판사는 "별도로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개념을 인정 할 필요가 없다",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는 지금까지 법원이 연예인들이 제기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해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였다. 다만 나는 법원의 이런 판결이 정말 걱정스럽다. 법원은 지금까지 자신들의 판결 관례에 따라 연예인의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법원 스스로 시장 경제 질서를 망치는 행위를 묵인한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소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볼 때 누군가의 얼굴을 사용하거나 누가봐도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떠올릴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와 관련된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법원 스스로 이런 최소한의 상식마저 자신들의 관례를 따르기 위해, 명분을 지키기 위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법원이 존재하는 이유를 망각한 채 자신들의 관례만을 따르는 이러한 판결은 시장 질서를 혼란시킬 게 안 봐도 뻔하다. 이번 수지모자 원고 패소 소식이 언론을 통해 더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 제 2의 수지모자는 언제든지 또 다시 나올 수 있다. 그땐 법원이 관련 내용을 사실상 '무죄'로 판결한 만큼 더 강한 수준의 퍼블리시티권 침해 사례가 나올 게 불보듯 뻔하다.



만약 수지모자라고 광고한 모자의 품질이 안좋다거나 수지모자 관련 기업이 불법을 저지르다 발각될시 수지가 입게될 이미지상 피해는 그 금액조차 산정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과대 포장되거나 맛이 없는 음식을 뜻하는 "창렬스럽다"에 이어 품질이 안 좋은 상품을 뜻하는 "수지스럽다"라는 말이 탄생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최소한의 상식은 법원이 지켜줬으면 한다. 언제까지 관례에만 따라 한시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에 대한 중립적인 판결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수지모자 패소가 불러올 사회적 파장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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