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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기 마련이다. 누구는 "재밌으니 봐라"라고 추천하는가 하면 한 쪽에서는 "재미없으니 딴 거 봐라"고 비추한다. 마음 같아서는 남들이 뭐라하든 귀에 담지 않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그건 힘들다.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의존하는 게 바로 '관객수'다. 특히 '천만영화'라면 늦게라도 꼭 챙겨보곤 해왔다.



그리고 17일 오후, 올해 첫 천만영화라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천 만명이나 본 영화니 세간의 평가가 어떻든 최소한 돈 값은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미없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들기 시작하더니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는 "속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천만영화라 하기엔 재미도, 구성도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천만영화' 타이틀의 영화를 관람하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 최소한 내가 영화관에 찾아가 상영 기간 중 관람한 '천만영화'는 그랬다. 그런데 '국제시장'을 보고 나니 앞으로 내가 가졌던 "천만영화는 믿고 볼 만하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것 같다. 철저하게 내 기준에서 볼 때 왜 천 만이나 이 영화를 봤는지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시판을 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한 둘이 아닌 것 같다. 그들은 "재미없다"는 반응부터 "왜 보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는 '천만영화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 나 역시 이러한 반응들을 쭉 살펴보면서 '천만영화 무용론'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내가 생각하는 '천만영화 무용론'을 적극 지지하는 이유다.


첫 번째는, 더 이상 영화 관람은 '어쩌다 한 번'의 문화 생활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0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 관람은 '어쩌다 한 번'의 문화 생활이 맞았다. 수도권은 어떨지 몰라도 조금만 도심에서 벗어나면 영화관이란 걸 구경도 못해 본 사람이 정말 엄청나게 많았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멀티플렉스 업체간의 경쟁이 심화됐고 지금은 10만 정도의 인구만 있으면 그 지역에서 영화관 한 두개 쯤은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영화관에 대한 접근성이 대폭 향상 된 만큼 과거와 같이 작품성이 뛰어나고 웃음 요소가 많은 영화만이 '천만영화'에 등극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천만영화 무용론'을 지지하는 두 번째 이유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자사 배급 영화 밀어주기에 있다. 대형 상영관을 보유한 이들 업체는 배급 사업도 함께 하고 있는데 자사 수익을 위해 누가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이들 영화의 상영수를 늘린다. 무슨 영화든 CJ가 배급사면 300만 관객수는 찍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천만영화 무용론' 지지의 마지막 이유는 한국인의 정서와 깊은 관계가 있다. 과거에는 영화관 수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든 안 보든 크게 차별받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무슨 영화의 관객수가 좀 나온다 싶으면 영화를 본 자들이 정말 쉴새없이 떠들어댄다. 안 보면 소외될 것 같은 한국인들은 재미가 있든 없든 영화관에 돈을 낭비한다.


더 이상 믿고 봐도 된다는 '천만영화'는 그 효용성이 없다. 멀티플렉스관을 소유한 업체가 배급하는 영화가 아니면 '천만영화'에 등극하는 건 로또 1등에 당첨되는 확률보다 적기 때문이다.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평가를 받고 '천만영화'에 등극해야 하는 데 지금 한국 영화계는 몇몇 업체들의 어긋난 경영 행태에 멍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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