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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이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피해자는 보호를 받고 가해자는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게 내가 살고 있는 2018년의 룰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박중현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전 학과장에 대한 재학생들의 진술서를 보면 내가 착각 속에 살았다는 실망감과 미안함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제자를 성추행 한 것도 모자라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도 박중현이란 사람이 교수의 직함을 달고 누렸을 권리와 권력을 생각하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멀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사진 = 명지전문대>


<사진 = JTBC>


조선일보에 의해 공개된 박중현 교수에 대한 재학생들의 진술서 내용은 충격적이다. "(박중현이) 손을 뒤로 올리더니 제 허벅지, 종아리, 엉덩이를 마구 주무르며 '살이 너무 많다'고 했습니다"부터 시작해 "너는 (입시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내 책상 밑에 들어와 다리 좀 주물러라"는 진술까지 표현은 저마다 다르지만 재학생들은 박중현이 성추행을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었다.




박중현 교수는 얼마 전 명지전문대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불미스러운 언행에 힘들어하고 있을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겠다"며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제 자신에 대해 환멸을 느낍니다"고 밝혔다. 이어 지는 글에서 그는 "미안한 마음 금치 못하겠고 진정으로 용서를 빕니다"라며 거듭 사과 의사를 밝히고 용서를 구했다.


<사진 =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카페, 조선일보>


이처럼 박중현이 장문의 사과문을 통해 용서를 구했지만 대중의 분노는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분노의 크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대중은 지금까지 사회 지도층으로 명예와 권력을 누려온 교수가 학생들에게 상식상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박중현이 지금까지 해온 행동을 전하는 메인 기사에는 수 천개의 댓글이 달렸고 크게 부각되지 않은 기사에도 수 백개의 댓글이 달려 그가 지금까지 보인 행동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 = 명지전문대 페이스북>


◇ 중요한 건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


대중이 박중현이 보인 행동에 분노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환영할 만 한 일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그동안 관행이라고 치부하며 눈 감아 온 사회 부조리에 한 마음 한 뜻으로 비판의 목소리는 내고 있는 건 분명 옳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분노가 분노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중현 교수에 대한 명지전문대 재학생들의 진술서를 보면 알 수 있듯 지금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사회 구조로는 제 2의 박중현 교수 사태의 발생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해당 진술서에서 학생들은 교수 평가에서 박중현 교수가 한 행동에 대해 서술했지만 학교 측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학교 측에서 해당 진술서를 읽고 상식적인 일 처리를 보였다면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은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무대응했고 무려 37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진술서가 언론에 공개된 이후에야 상식적인 일 처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현재의 사회 구조로는 지금의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사진 = 명지전문대학 대신전해드립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정부를 감시하는 사회의 눈이 필요하다. 최대한 대학에 자율성을 주되 무작위로 강의 평가서를 검토하고 검찰 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정부 부처 신설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이런 정부 부처의 처분과 일처리를 감시할 시민 단체와 사건의 경중에 따라 해당 내용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법 조항 신설도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 = TV 조선>


대학은 스스로 자정할 능력을 잃었다.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 때 뿐이었다. 더 이상 정부는 몇몇 이들의 부도덕한 행동으로 아파할 젊은이들을 방치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부는 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해 나서야 하며 이는 헌법 조항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다. 부디 지금 박중현 교수를 향한 분노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법 개정 등 사회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글 = 시본연, 출처를 밝힌 일부 스크랩만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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