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섰던 게 사실이다. 아는형님을 재밌게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아는형님 일동의 힘을 믿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자주 사용되어 이제는 "지루하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강하게 박혀 버린 '노래 소재'를 아는형님이 어떻게 자신들만의 색깔로 풀어낼지 궁금했다. 


또 일각에서 일고 있는 아는형님 뮤비대전에 대한 비판 여론을 아는형님이 잠재울 수 있을지, 아니면 내 우려가 현실이 될지 방송을 시청하기 전까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아는형님의 뮤비대전 제작 과정과 뮤직비디오가 모두 공개된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내 걱정은 기우였다. 감히 말하건데 설을 맞아 진행된 아는형님 뮤비대전은 레전드 중 레전드였다. 시청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김희철x민경훈 팀이 멋짐을 선보였다면 김영철의 '안되나용'과 강호동의 '복을 발로 차버렸어'는 진부함으로 가득차 있는 '노래 소재'에 신선한 느낌을 불어 넣었다.




김영철과 강호동은 큰 틀에서 트로트 EDM을 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예능에 최적화된 뮤직비디오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시청자 투표에서는 김희철과 민경훈이 함께 부른 후유증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1위를 차지했지만 철저히 웃음 밀도 면에서 본다면 김영철과 강호동의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이 더 알찼다. 특히 유세윤 감독 아래에서 진행된 강호동과 홍진영의 뮤직비디오는 한편의 코미디 영상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사실 내가 걱정했던 부분은 지나치게 뮤직비디오 제작에 치중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아는형님 멤버들이 중심이 되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과정을 다룬다면 하지 않았을 걱정이지만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영상 제작자들을 섭외한 탓에 멤버와 웃음이 아니라 제작이 더 중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실제 지금까지 많은 예능프로그램들이 '노래 소재'의 방송을 제작하는데 있어 본말이 전도된 장면들을 자주 보여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17일 공개된 아는형님 뮤비대전 특집은 내 걱정과는 완전 정반대였다. 제작자 또는 뮤직비디오 보다는 그 과정에 참가한 멤버들의 모습이 더 비중있게 다뤄졌고 웃음 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꽉꽉 찬 웃음 밀도를 보여줬다. 특히 강호동이 유세윤의 주문에 따라 발로 얼굴을 맞는 과정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장면은 세상 다시 없을 레전드 중 레전드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많은 프로그램들이 소재 고갈로 힘들어했다. 똑같은 소재를 반복하자니 '식상하다'는 비판 여론이 걱정됐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건 수없이 많은 위험 부담이 뒤따르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아는형님 뮤비대전이 보여준 새로운 접근은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우려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최소화 하고 자신들의 본분인 웃음, 그리고 프로그램 제작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이러한 접근에는 분명 배울 점이 있다.




예능프로그램의 본분은 웃음이다. 아는형님은 이 본분을 잊지 않았다. 강호동, 이수근, 김영철 이 세명의 개그맨이 참여한 뮤직 비디오 제작 과정은 그 어떤 예능프로그램보다 웃겼다. 그 사이에서 서장훈의 감초 같은 도움은 그 웃음을 배가시켰다. 다른 건 몰라도 아는형님의 멤버 구성은 정말 역대 최강인 것 같다. 설 연휴 막바지에 접어든 17일 밤, 당신들의 웃음 폭탄에 행복했다.


Copyrights ⓒ 시본연, 무단 복제 및 전재 금지

상기 이미지의 저작권은 JTBC에게 있습니다


댓글